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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기축통화의 변화

by IdleMoney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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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란 세계 각국이 외환보유고로 보유하고, 국제 무역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통화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달러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해왔으며,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5년 5월 현재, 국제 통화 질서에 변화의 조짐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재정 불균형과 정치적 불확실성, 브릭스 국가들의 탈달러화 움직임, 중국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 그리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도입 확산은 기존 달러 중심 질서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2024년 이후 기축통화의 주요 변화 양상을 달러, 위안화, 그리고 CBDC의 관점에서 심층 분석하고, 향후 국제통화질서의 변화를 예측해보겠습니다.

달러의 지위 변화와 그 원인

미국 달러는 현재도 세계 경제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통화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외환보유고 중 약 58.4%가 달러화로 보유되어 있으며, 글로벌 외환거래의 88% 이상이 달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절대적 지위는 과거보다 약화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70%를 상회하던 외환보유고 비중은 점진적으로 하락 중이며, 그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합니다.

첫째, 미국의 재정 건전성 악화입니다. 2024년 미국의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약 1.7조 달러에 달하며, 이는 GDP의 6% 이상을 차지합니다. 장기적인 부채 증가와 예산 불균형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미국의 신뢰도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부 국가는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둘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변화입니다. 팬데믹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기를 거쳐 2024년 하반기부터는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하가 단행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달러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감소하고 있으며, 글로벌 자금이 다른 통화 또는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셋째, 글로벌 정치 리스크입니다. 2024년 미국 대선과 그 이후의 정치적 갈등, 의회 교착 상태 등은 미국의 정책 일관성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해외 중앙은행들은 자산 다변화를 통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넷째, 브릭스(BRICS)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탈달러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무역결제에서 자국 통화 사용을 늘리고 있으며, 2024년 상하이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브릭스 공동결제통화’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절대적 지위는 점차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습니다.

중국 위안화의 부상과 제약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해왔으며, 그 결과 2025년 현재 위안화의 글로벌 입지는 상당히 강화된 상태입니다. IMF는 위안화를 SDR(특별인출권) 바스켓에 포함시켰으며, 이는 위안화가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와 함께 국제 주요 통화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무역결제 측면에서도 위안화의 활용도는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간 에너지 거래 중 약 36%는 위안화로 결제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석유 거래에서도 위안화 사용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또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무역에서도 위안화 결제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민은행은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수의 국가와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했고, 홍콩과 마카오, 싱가포르 등지에서는 위안화 채권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여전히 몇 가지 큰 제약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자본 통제입니다. 중국 정부는 자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외환 관리와 자본 유입·유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며, 이는 외국 투자자에게 유동성 문제와 정책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둘째는 금융시장 투명성입니다. 중국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국가 주도의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회계기준과 금융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위안화에 대한 글로벌 신뢰 형성을 어렵게 만듭니다.

셋째는 정치적 요소입니다. 중국의 정치체제, 인권 문제, 대만과의 갈등 등은 일부 서방 국가에서 위안화의 채택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반복되면서 위안화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내포된 통화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위안화 블록’ 형성을 위한 외교·경제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향후 아시아 및 일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위안화 수용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CBDC와 디지털 통화의 미래 가능성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법정통화입니다. 2025년 5월 기준, 세계 134개국이 CBDC 개발을 추진 중이며, 이 중 20여 개국은 시험운영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디지털 위안(e-CNY)은 이미 2023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에 돌입했으며, 현재는 북경,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에서 교통, 공공요금, 소매결제 등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CBDC의 도입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강화하고, 금융 포용성을 확대하며, 범죄자금 차단과 실시간 세금 징수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CBDC를 통해 정부는 국민에게 직접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으며, 중개은행 없이도 통화 흐름을 추적할 수 있어 통화정책의 정밀도가 높아집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24년 말부터 디지털 달러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2025년 말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디지털 유로화를 2026년 출시할 예정이며, 일본, 한국, 캐나다 등도 자국의 CBDC 개발을 적극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CBDC가 기축통화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수용성과 신뢰성입니다. 디지털 통화는 기술적 보안, 개인정보 보호, 금융 안정성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특히 정부의 통제력 강화에 따른 시민권 침해 우려도 논쟁의 대상입니다.

또한, CBDC는 기존 은행 시스템을 우회할 수 있어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각국은 점진적이고 제한적인 방식으로 CBDC를 도입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협력과 표준화 논의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BIS(국제결제은행)는 다국간 CBDC 결제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표준이 정립되면 CBDC 기반의 디지털 기축통화도 현실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CBDC는 현재는 실험적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기술 발전과 국제 협력이 병행될 경우 향후 수십 년 내에 전통 기축통화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2025년 현재 기축통화의 구조는 단극에서 다극 체제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미국 달러는 여전히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지만, 중국 위안화의 부상과 CBDC의 도입이 새로운 균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통화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외교, 기술, 안보가 결합된 복합적인 패권 전환 과정입니다. 개인과 기업, 국가 모두 이러한 변화 흐름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향후 10년은 세계 통화 질서 재편의 핵심 시기가 될 것이며, 그 방향성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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