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개막한 일본 오사카 엑스포(EXPO 2025)가 시작부터 여러 문제점에 봉착하며, 일본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계 3대 메가 이벤트" 중 하나로 불리는 엑스포는 과거에는 인프라 확충과 국가 이미지 제고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와 전 세계적 정보 접근성이 극대화된 2025년 현재, 과연 수조 엔의 세금이 투입된 대규모 박람회가 여전히 필요한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막대한 부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했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외면과 재정 적자, 운영 미숙, 안전 문제까지 겹치면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사카 엑스포 실패의 근본 원인을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시대착오적 기획과 대중의 낮은 관심
엑스포의 가장 근본적인 실패 원인은 ‘시대착오적 기획’에 있습니다. 과거 개발도상국이나 인프라가 부족했던 시대에는 엑스포가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소개하고 국가적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수단으로써 큰 의미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 접근성이 높은 시대입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등 수많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세계 어디든, 어떤 전시든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65% 이상의 국민들이 엑스포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으며, ‘직접 방문하겠다’는 응답은 약 35%에 불과했습니다. 이명찬 박사의 유튜브 분석에서도 지적되었듯, “굳이 엑스포까지 가서 볼 것이 없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혼잡하고 불편한 장소’에 직접 방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대중의 생각입니다. 엑스포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예전처럼 ‘볼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엑스포 자체가 큰 자극이 되었지만, 현재는 일상 속에서 고화질 영상으로 전 세계 전시와 기술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시대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 구시대적 행사 기획은 애초부터 흥행 가능성이 낮았습니다.
부실한 인프라와 기후 대응 실패
두 번째 실패 요인은 ‘부실한 시설과 환경 대응 미비’입니다. 오사카 엑스포는 해안 매립지에 위치한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개최되고 있는데, 이 지역은 자연환경에 매우 취약한 지역입니다. 첫날 개막식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강풍이 불었지만, 관람객을 위한 비가림 시설이나 햇빛 차단 설비가 부족해 수많은 인원이 비를 그대로 맞고 돌아가야 했습니다. 특히, 목적 건물인 원형 구조물 아래로 바람이 몰려들어 안전사고 위험까지 제기되었으며, 기본적인 관람객 동선조차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줄 서지 않는 엑스포"라는 슬로건 아래 QR코드 기반 입장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현장 통신망 부하와 준비 부족으로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부 전시관에서는 2시간 이상 대기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관람객의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와이파이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QR코드 인증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현상도 발생했습니다. 대기 시간 동안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트래픽이 급증했고, 이에 따라 입장이 지연되어 혼잡도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이는 철저하지 못한 IT 인프라 계획과 사전 시뮬레이션 부족의 결과입니다. 이외에도 행사장이 바다를 매립한 지역에 조성되어 있어 나무 한 그루 없는 허허벌판이었고, 그늘막이나 벤치 등 기본적인 편의 시설조차 부족했습니다. 바닷바람, 폭우, 직사광선 등 기후 요소에 전혀 대비하지 못한 채 개막을 강행한 점에서,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이와 같은 물리적 불편은 엑스포 전체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습니다.
재정 파탄과 정치적 책임 회피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막대한 재정 적자’입니다. 오사카 엑스포는 애초에 약 1,250억 엔의 예산으로 시작됐으나, 준비 과정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300억 엔 이상이 소요되었으며, 여기에 인프라 확충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질적 지출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예상 입장객 수는 하루 평균 15만 명이었으나, 실제 개막 첫날에는 11만 9,000명(스태프 포함 14만 명), 둘째 날은 5만 명 수준에 그쳤습니다. 티켓 판매도 목표치였던 1,400만 장 중 950만 장에 불과하며, 남은 6개월 동안 흑자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적자 발생 시 이를 메우는 것은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이라는 점에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명찬 박사에 따르면, “그 돈으로 다른 사회 기반 사업을 추진했으면 더 큰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반응이 많으며, 특히 엑스포를 밀어붙인 정치 세력 '유신회'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편, 행사장 부지가 과거 쓰레기 매립지였다는 점도 안전 논란의 핵심입니다. 메탄가스가 발생하여 실제로 공사 중 폭발 사고가 있었고, 오픈 전 시범 운영 당시에도 위험 수준의 가스 농도가 측정되어 일시 폐쇄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중고등학생들의 수학여행 목적지도 엑스포에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으로 바뀌는 등, 행사 자체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전시관 로고 표절 논란, 식음료 가격 폭등(라면 한 그릇 약 4만 원), 교통 인프라 부족(지하철 1개 노선 집중) 등도 문제가 되었으며, 전체적으로 ‘계획 없는 강행’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 모든 문제는 일본 사회가 여전히 ‘제공자 중심’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025 오사카 엑스포는 단순한 국제행사 실패를 넘어, 일본 정치·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기획, 허술한 운영, 안전 불감증, 과잉 예산과 낮은 수익성까지 겹치며, 이제는 국가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합니다. 무분별한 대형 이벤트 유치보다는, 국민 실생활에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 정책 우선 순위를 재정립해야 하며, ‘생산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사고 전환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엑스포 사례는 다른 국가에도 중요한 반면교사가 될 것입니다. 한국 또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를 지나치게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시대 흐름에 맞는 스마트한 선택이었다는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