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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금리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들

by IdleMoney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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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금리에 대해 우리는 너무 쉽게 단정짓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좋은 거 아닌가요?”, “금리가 내려가면 왜 불안한가요?” 이런 질문은 금융 강의나 채권 세미나에서 매번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금리를 단순히 예금이자 수준으로 생각하고, '높으면 좋고 낮으면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금융시장에서는 금리가 자산 가격, 투자 수익률, 경제 흐름 전반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그 영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깊습니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금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대표적인 사실들을 짚어보고, 금리의 본질과 실제 금융시장에서의 역할을 자세히 알아봅니다.

금리는 단순한 이자율이 아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금리'라고 하면 예금금리를 떠올립니다. 예금금리가 3%라면 1년 후 3%의 이자를 받고 원금을 돌려받는 방식이죠.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수익이 늘어난다'는 단순한 도식이 머릿속에 박혀 있습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원리가 작동합니다. 채권은 미래에 고정된 금액을 받는 상품이며, 이 미래 가치를 현재 얼마에 구매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금리입니다. 즉, 금리는 단순한 이익의 척도가 아니라,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를 계산하기 위한 **할인율**의 역할을 합니다. 금리가 높을수록 할인율이 커지며, 동일한 미래 수익을 받을 채권이라 하더라도 현재 가치가 작아져 가격이 떨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1년 후 1만 원을 지급하는 채권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시장금리가 3%라면 현재 이 채권의 가치는 약 9,700원이 됩니다. 하지만 금리가 5%로 오르면 현재 가치는 9,500원까지 내려갑니다. 똑같은 1만 원을 받는다고 해도, 금리가 높을수록 이 1만 원의 현재 가치는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올라가는 구조가 됩니다.

수익률이 높아졌는데 왜 손해일까? 채권 가격의 반전

신문에서 "채권 수익률 상승"이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수익률이 상승하면 투자자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채권의 수익률은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입니다. 수익률이 상승했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액면가 1만 원, 쿠폰금리 5%인 채권을 생각해봅시다. 이 채권은 매년 500원의 이자를 주며, 만기 시 1만 원을 돌려줍니다. 이 채권이 1만 원에 거래되면 수익률은 5%입니다. 그런데 금리가 6%로 올라가면 새로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게 되고, 이 채권은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되어야 합니다. 결국 이 채권의 가격은 약 9,434원 수준으로 떨어져야 6%의 수익률을 맞출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리가 4%로 떨어지면 채권 가격은 약 10,384원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처럼 채권은 '고정된 수익을 약속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금리 변화에 따라 가격이 조정됩니다. 쿠폰금리는 고정되어 있지만, 시장금리에 맞춰 현재가치는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다.

예금과 채권, 금리 적용 방식의 차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혼동하는 부분은 예금과 채권에서의 금리 개념입니다. 예금에서는 금리가 높아질수록 예치한 금액이 더 불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이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채권에서는 정해진 수익을 받을 권리를 현재 얼마에 살지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이 차이는 곧 ‘금리를 앞에서 보느냐(예금)’와 ‘금리를 뒤에서 보느냐(채권)’의 차이입니다. 예금은 내가 지금 돈을 넣고 앞으로 이자를 받는 구조라 금리가 높을수록 좋습니다. 반면 채권은 미래에 받을 돈을 현재 할인해서 사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수록 할인폭이 커지고, 현재 가격은 낮아지는 것입니다. 이 원리를 모르면 “금리가 올랐는데 왜 내 채권이 손해지?”라는 혼란에 빠지기 쉽습니다.

듀레이션: 금리 변동에 대한 채권 민감도

채권의 가격이 금리 변동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느냐를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듀레이션(Duration)’입니다. 듀레이션은 채권의 평균 회수 기간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숫자가 클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커집니다. 예를 들어, 듀레이션이 10년인 채권은 금리가 1% 상승할 경우 가격이 약 10% 하락할 수 있습니다. 반면 듀레이션이 3년인 채권은 같은 금리 상승에도 3% 정도만 하락합니다. 이는 장기 채권일수록 금리에 더 민감하다는 뜻이며, 금리가 하락하면 반대로 더 큰 가격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투자자는 이 듀레이션 개념을 활용해 금리 전망에 따라 채권 만기 구조를 조절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결론: 금리를 제대로 알면 금융이 보인다

금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경제의 신호이며, 금융시장 전반을 조율하는 기준입니다. 금리를 단순히 예금 이자율 정도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까지 폭넓게 이해해야 합니다. 금리 상승이 항상 좋고, 금리 하락이 나쁘다는 식의 고정관념은 금융 literacy의 대표적인 함정입니다. 오히려 금리가 오를 때 손해를 보는 자산군이 무엇인지, 금리 하락기에 수익이 커지는 구조는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것이 진짜 금융 지식입니다. 이제부터라도 ‘금리는 이자율’이라는 좁은 시야를 벗어나, 금리를 시장의 할인율이자 자산 가격의 평가 기준으로 인식하는 넓은 시각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금융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며, 투자 성공의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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