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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경제학, 현실적인 한계점

by IdleMoney 2025.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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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호텔경제학은 최근 정치적 담론에서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용어입니다. 특히 2022년 대선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았으며, 그는 이를 통해 국가 재정의 적극적인 활용이 어떻게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겉으로는 직관적으로 이해되기 쉬운 모델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수학적, 경제학적 논리에 기반하지 않은 포퓰리즘적 논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호텔경제학의 개념과 수학적 구조, 그리고 현실 경제와의 괴리를 분석함으로써 이론의 실효성과 한계를 보다 정밀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호텔경제학이란 무엇인가? – 이론의 개념적 구조

호텔경제학은 한 명의 여행객이 호텔에 10만 원의 계약금을 걸고 외출하고, 호텔 주인이 그 돈으로 빚을 갚고, 돈이 지역 상권 내에서 순환하다가 결국 여행객이 계약을 취소하며 10만 원을 되돌려받는다는 시나리오로 설명됩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단 한 푼의 실제 자본도 남지 않았지만, 돈이 순환함으로써 모든 상인이 빚을 갚았고 경제가 활성화된 것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러한 비유를 통해 정부 재정지출이나 기본소득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려 했습니다. 이 개념은 기본적으로 케인즈 경제학의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승수효과란 정부가 일정 금액을 시장에 투입했을 때, 이 자금이 소비를 통해 순환하면서 초기 투입 금액보다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1조 원을 투자하면 그 자금이 노동자의 임금이 되고, 그 임금이 소비로 이어지고, 다시 다른 생산자의 소득이 되어 재소비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통해 경제가 1조 원 이상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호텔경제학은 이론적 구조의 세부 요소를 무시한 채, 결과만 단순화하여 보여주는 ‘스토리텔링형 모델’에 가깝습니다. 특히 이 시나리오에서 간과되고 있는 요소들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현실 경제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수학적 오류와 논리적 비약 – 현실적 승수는 존재하는가?

호텔경제학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한계소비성향(MPC: 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을 1로 가정한다는 점입니다. 한계소비성향이란 개인이 소득 중 얼마나 많은 비율을 소비에 사용하느냐를 뜻하며, 일반적으로 0.5~0.8 수준에서 형성됩니다. 즉, 100만 원의 소득이 생겼을 때 50만 원에서 80만 원 정도를 소비하고 나머지는 저축이나 대출 상환, 투자 등으로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호텔경제학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받은 돈을 전부 소비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수학적으로 승수는 1/(1-MPC)로 계산됩니다. 예를 들어 MPC가 0.8일 경우, 승수는 1/(1-0.8) = 5가 됩니다. 정부가 1조 원을 투자하면 경제는 5조 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MPC가 1이 되면 분모가 0이 되어 승수가 ‘무한대’로 발산합니다. 수학적으로 분모가 0이 되는 경우는 ‘정의되지 않는 값’으로 간주되며, 이는 곧 이론 자체가 논리적 모순에 빠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현실에서는 MPC가 1이 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소득 중 일부를 반드시 저축하거나 외국 소비, 부채 상환 등 비소비 용도로 사용합니다. 예컨대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을 때 국민 전체가 그 돈을 전부 소비한 것이 아니며, 상당수가 저축하거나 외제 브랜드 소비로 전환되었기에 내수 경제 순환에 기여하는 비율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또한 호텔경제학에서는 ‘빚 상환’이 경제 활성화 효과를 갖는 것으로 설명되지만, 경제학적으로는 빚 상환은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 GDP나 생산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가구점이 빚을 갚는 행위는 단순한 정산일 뿐 생산, 소비, 고용의 증가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결국 순환된 돈은 단 한 건의 ‘순수한 소비’나 ‘생산’을 발생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시나리오는 실제 경제의 작동 방식과는 괴리되어 있습니다.

현실 경제와의 괴리 – 실물 자산의 소모와 경제적 손실

호텔경제학 시나리오에서 또 하나 간과되는 요소는 바로 실물 자산의 감소입니다. 예를 들어 가구점은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물자와 노동을 투입했고, 고깃집과 치킨집은 고기와 닭을 소모하였습니다. 이는 모두 실물 재화의 감소를 의미하며, 그 자산은 돈이 순환한 이후에도 보전되지 않습니다. 즉, 경제 내 실물 자산이 한 바퀴 돌 때마다 감소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학 모델은 이러한 실물 자산의 감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고기, 닭, 가구 자재 등이 마법처럼 계속 공급된다는 비현실적 전제 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 경제에서는 자원이 유한하며, 모든 소비 행위는 생산과 공급망의 작동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돈이 순환된다고 해서 경제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실물 자산의 무분별한 소모로 인해 경제 기반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재명 후보가 주장한 “커피 원가 120원” 발언에서 나타난 경제 인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원가는 단순히 원두 비용이 아니라, 인건비, 임대료, 감가상각비, 관리비, 유통비, 세금 등을 포함하는 복합적 개념입니다. 이를 단순히 ‘원두값 = 커피 원가’로 설명하는 것은 경제 현실에 대한 심각한 오해이며, 호텔경제학 역시 이런 단순화된 경제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큽니다. 한편, 케인즈의 승수효과도 현대 경제학에서는 다소 비판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지만, 승수가 1보다 작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부정적 효과를 낸 사례도 존재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재정 지출을 소비보다는 저축이나 부채 상환에 사용했기 때문이며,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힌 현대 경제 구조에서는 단순한 내수 소비로 인한 경제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호텔경제학은 케인즈 승수이론을 직관적이고 대중 친화적인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였지만, 수학적으로도, 경제학적으로도 매우 불완전한 이론입니다. 특히 MPC를 1로 가정하여 승수를 무한대로 계산하는 것은 명백한 수학적 오류이며, 실물 자산의 소모를 무시하고 단순히 화폐의 순환만으로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 경제를 무시한 포퓰리즘적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제 정책은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실증적 데이터와 이론적 정합성, 그리고 국가 경제의 복합적인 구조를 반영한 분석을 통해 수립되어야 합니다. 단순하고 감성적인 비유로는 국민 경제를 운용할 수 없으며, 정치적 수사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경제 체력과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입니다. 향후 유권자들이 이러한 경제 담론을 접할 때, 단순히 이야기의 매끄러움이나 감정적 동조가 아니라, 그 이론이 실제로 현실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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